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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그를 기억하는 방식 노무현, 그를 기억하는 방식 미디어스기고(2020.5.22) 공교롭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2008년에 나는 인생의 격랑에 휩쓸리다 만덕산과 인연이 되어 원불교에 출가했다. 그리고 이듬해 정초에 미륵산 아래 구룡마을로 자리를 옮겨 좌산 이광정 종사님을 모시게 되었다. 당시, 살아있는 권력은 힘 잃은 구 권력을 야멸차게 몰아붙였다. 노건평 구속, 박연차 구속,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구속,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구속,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 구속, 강금원 구속, 조카사위 연철호 체포, 아들 노건호 씨 검찰 출석, 권양숙 여사 소환 조사,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 구속, 급기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원불교 최고지도자를 역임하셨던 좌산종사께서는 사면초가에 .. 2020. 5. 22.
너는 경상도 사람이다. 너는 경상도 사람이다. 미디어스기고문(2020.04.08) 송도영 교수의 “제3세계의 사회와 문화” 강의는 북아프리카 튀니지 남쪽의 고므라센을 배경으로 한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이 땅의 주민들은 불란서 여러 도시로 이주하여 전통 제빵 기술을 활용해 아랍제과점으로 성공한다. 자리를 잡은 이민자들은 고향 친척들을 불러들여 고용하고 자립을 도왔다. 그러나 유목민 출신과 농민 출신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었다. 그들의 모습이 어딘지 낯익다. 1970년대 초반에 결혼한 큰 이모는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에 다니시던 이모부와 서울 구로구에 터전을 잡았다. 그리고 경북 영덕에 살던 외삼촌들과 이모들이 한 분 한 분 서울로 올라와 큰 이모 댁에 머물며 지내다 일자리를 잡았다. 독립해서도 멀리 떨어지지 않고 가까이 모여 마.. 2020. 4. 8.
넘어져도 괜찮아 넘어져도 괜찮아 (미디어스 2020.03.27 기고문) 1994년 고등학교 축구 최강자는 누가 뭐래도 문일고등학교 축구부였다.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 우승, 대한축구협회장배 우승, KBS배 준우승, 서울시협회장배 준우승, 추계중고축구연맹전 준우승 등등 고교무대를 휘저었다. 그 가운데에는 MVP타이틀을 잇달아 거머쥔 성한수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있었다. 조회시간에 그가 우승컵을 힘차게 들어 올릴 때마다 교정을 가득 메운 전교생들은 환호했다. 대학팀 뿐 아니라 프로팀에서도 그를 영입하려고 공을 들였다. 축구팀이 승승장구하면서 응원가는 일이 잦아졌다. 서울에서 하는 어느 경기든 8강전부터는 1, 2학년이 번갈아가며 동대문운동장과 효창구장을 찾았다. 그해 가을, 어느 준준결승전이 효창운동장에서 열렸다. 골대를 .. 2020. 3. 27.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미디어스 기고문(2020.03.13) 첫 직장을 얻고 나서 바로 통장을 어머니께 드렸다. 얼마 뒤 어머니는 내 명의로 된 적금통장과 건강보험증서를 보여주셨다. 나는 나대로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적립형펀드를 샀으며 승용차를 마련했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갔다. 어느 날부터 부모님은 자금을 보태줄 테니 대출을 끼더라도 집을 사자고 설득하면서 결혼을 종용했다. 하지만 스물아홉 살의 나는 이 모든 것을 나를 오도 가도 못하게 얽매는 그물로 여겼다. 더욱이 회사업무와 적성이 잘 맞지 않아 고심했던 터라 나날이 촘촘하게 죄여오는 덫을 서른을 넘기기 전에 하루라도 어서 벗어나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 싶었다. 어머니께 통장을 돌려받고 차를 팔고 건강보험, 연금보험,.. 2020. 3. 12.
매화 꽃필 무렵 매화 꽃필 무렵 미디어스 기고문(2020.03.06) 텅 빈 극장에서 혼자 영화를 볼 줄은 미처 몰랐다. 기분 내서 찾아간 중화요리집에도 손님 하나 없다. 전주와 함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분들이 발견되자 확진자가 없는 남원에도 긴장감이 돈다. 원불교 법회는 중단되었다.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울에서는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우니 혹시 있으면 보내달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꼬맹이 시절과 오십대 초반에 두 번 폐결핵을 크게 앓으셨다. 그때 폐 조직이 망가진 데다 지금은 허파꽈리에 곰팡이가 슬어서 진균제를 드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호흡기 질환에 걸리면 매우 위험하다. 그래서 어머니는 이 난리에 식겁하셨을 게다. 마침 마스크를 넉넉히 갖고 있다. 이십대 중반에 폐병을 겪고 .. 2020. 3. 6.
몰랐으니까 몰랐으니까 미디어스 기고문(2020.03.02) 대학 합격통지서를 받으러 교문을 지나 대학본부로 오르는 길에 한 남자가 다가와 신입생이냐고 물으며 다정하게 말 붙였다. 낯선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출 만큼 기분 좋은 날이라 그를 내치지 않고 어쩌나 살폈다. 학교 이곳저곳을 안내해 주던 그는 다음에 볼 때는 대학생활 팁도 알려주고 수강신청을 도와주리라 약속했다. 이어 한 동아리를 소개했다. 명칭은 새벽별의 영문 이니셜을 딴 MS며 성경 읽기 모임이라고 했다. 마침 서양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기독교에 대한 궁금증이 잔뜩 일어나서 한 번 배워보자는 마음을 냈다. 30개론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의 시작은 이단의 기준이었다.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느냐. 예수를 구세주로 믿느냐. 예수의 부활을 믿느냐.” 이 세 가.. 2020. 2. 29.